리딩/소설

불편한 편의점 후기

달려라 개똥아범 2024. 11. 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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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개요
  • 지은이 : 김호연
  • 출판사 : 나무옆의자
  • 페이지 : 268쪽
  • 출판일 : 2021.04.20.

책 소개
<망원동 브라더스>의 작가 김호연의 '동네이야기' 시즌 2.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속내와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망원동이라는 공간의 체험적 지리지를 잘 활용해 유쾌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듯 이번에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에 대한 공감각을 생생하게 포착해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동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어느 날 70대 여성의 지갑을 찾아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덩치가 곰 같은 이 사내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과연 손님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데 웬걸, 의외로 그는 일을 꽤 잘 해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으면서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이 되어간다.
...

불편한 편의점 후기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생각한 점을 글로 남겨본다. 제목부터가 역설적이게도 편리해야 할 편의점이 불편하다는 말로 이목을 끄는 소설이다. 읽기 전엔 편의점의 불편함으로 인해 어떤 문제가 생기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그런 내용이리라 생각했다. 헌데 생각과 다르게 소설은 편의점이란 장소를 중심으로 인물 간의 관계에 관한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사장 엄여사, 알바생 시현, 오여사 그리고 그녀의 남자들, 경만, 인경, 곽탐정 등 이들 모두가 편의점을 사이에 두고 서로 간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 중심엔 ‘독고’라는 인물이 있으며 하나같이 독고의 정체를 궁금해하면서 처음엔 그를 불편해하지만 점점 그가 편해지고 그를 좋아하게 되는 머 그런 내용이다.

서울역 노숙인 독고를 소설의 중심으로 놓은 것 또한 제목처럼 작가의 역설적인 의도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한다. ‘역’이라면 누구에게나 그렇듯 기차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잠시 머무는 임시적인 그러한 곳이다. 그런데 거기서 숙식을 해결하고 기거하며 삶을 살아가는 노숙인이야말로 제목처럼 이 역설적 소설의 주제가 온전히 담겨있는 듯하다.

소설 내용은 대강 이러하다. 편의점 사장이 지갑을 계기로 노숙인과 인연이 되어 편의점 알바로 그를 고용하게 되고, 주인공인 그는 알바들과, 손님들과, 기타 다른 인물들과 상호작용하며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본인이 술로 잃어버렸던 과거를 되찾아 가는 그러한 내용이다. 그 내용들이 작가의 뛰어난 주의력과 관찰력 거기다 표현력이 더해져 어느 동네에나 있는 편의점의 실상을 재미나게 보여준다. 원플러스원 상품, 봉지구매의사 묻기, JS of JS... 특히 “참참참”은 정말 압권이었다. 그날 나는 편의점 가서 정말 참참참을 사 먹어 보기도 했다. 의외로 궁합이 잘 맞아서 놀랐었다. 먹다 보니 다른 술도 추가가 되었지만, 아무튼 작가의 찰진 표현들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었다.

참참참

또 이 소설은 재미만 있는 게 아니다. 감동 또한 드라마 대장금 저리 가라다. 오여사와 그녀의 아들과의 삼각김밥 재회, 그리고 경만의 “참참참”부분은 참이슬에서 옥수수수염차와 원플러스원 초콜릿으로의 전환 과정 자체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그런 감동이 밀려오는 부분들이다. 뒷부분에서는 독고 본인이 서서히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 가족들에게 저지른 실수 등을 뉘우칠 때 또한 삶을 살아감에 있어 진정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가치관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떵떵거리며 사는 부자를, 또 다른 누군가는 야! 너! 할 수 있는 권력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가치관은 사회적 성공도, 권력도 아닌 ‘시간과 가족’이다. 시간이야 인생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고, 가족 또한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이기에 이 두 가지가 나의 가치관이다. ‘가족과의 시간’ 이것이 나의 1순위인 것이다.

다들 바쁘게들 살아간다. 본업에, 야간근무에, 투잡에, 배달알바 그리고 유튜버 등등... 다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악착같이 돈을 벌고 시간을 소모하며 살아가는지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가끔씩 친구들과 술 한잔 할 때 친구들에게 묻는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랴(?) 골프 치랴(?)  모임 하랴(?) 그 소중한 가족과의 시간은 한주에 몇 시간 정도 되냐고...? 한결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름 잘한다고 얘기들은 한다. 과연 그럴까?
결국 그 답은 본인들만 알고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가치관과 다르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무엇이 더 소중하고 덜 소중한지, 그리고 어디에 인생의 소중한 총알인 시간을 쏟아부어야 할지를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 소설이 그런 의미를 돌아보게 하여 참 좋은 소설이라 생각한다. 가까운 친구에게 이 책 한 권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상-!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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